<해위 선생 3주기 추모 설교>

 

거룩한 곳에  설 자

시편 24:1-6

 

  읽어드린 시편 24편에 보면, "누가 주의 산에 오를 수 있으며, 누가 그 거룩한 곳에 들어설 수 있느냐"고 묻는 순례자의 질문에, "죄 없는 손과 깨끗한 마음을 가진 사람, 헛된 것에 뜻을 두지 않고, 거짓 맹세를 하지 않는 사람이다"라는 제사장의 답변이 나옵니다. 이런 사람은"하나님께로부터 의로움을 인정받을 사람"이라고 하였습니다. 오늘 해위선생님 3주기를 마지하면서, 그분의 생애를 돌이켜 볼 때 이 시편의 말씀을 생각하게 되며, 이 분이야말로 하나님의 거룩한 성전에 올라갈 자격이 있는 분이며, 하나님께 의로움을 인정받을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손이 깨끗한 자

  첫째로, 성전에 올라갈 자들은 손이 깨끗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손이 깨끗하다는 말이 무슨 뜻입니까? 새 번역에는 "죄 없는 손"이라고 하였습니다. 죄 없는 손이란 어떤 손일까요? 시편 18편 20절 이하에 보면 그 뜻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내가 의롭게 산다고 하여, 주께서 나에게 상을 내려 주시고,

  나의 손이 깨끗하다고 하여 주께서 나에게 보상해 주셨다.

  진실로 나는, 주께서 가라고 하시는 그 길에서 벗어나지 아니하고,  

  무슨 악한 일을 하여서, 나의 하나님으로부터 떠나지도 아니하였다.  

  주의 모든 법도를 내 앞에 두고 지켰으며,

  주의 모든 법규를 내가 버리지 아니하였다.

  그 앞에서 나는 흠 없이 살면서 죄짓는 일이 없도록

  나 스스로를 지켰다.

  그러므로 주께서는 내가 의롭게 산다고 하여 나에게 상을 주시며,    

  나의 손이 깨끗하다고 하여 나에게 상을 주셨다. (시 18:20-24)

 

  하나님의 계명대로, 그 뜻대로 흠 없이 살면서 죄짓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를 지킨 사람을 가리켜 손이 깨끗하다고 하였습니다.

  이사야서 33장에 보면 좀더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의롭게사는 사람, 정직하게 말하는 사람, 권세를 부려 가난한 사람의 재산을 착취하는 일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는 사람, 뇌물을 거절하는 사람, 살인자의 음모에 귀를 막는 사람, 악을 꾀하는 것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는 사람, 바로 이런 사람들이 안전한 곳에 산다."(사 33:15-16)

  손이 깨끗하다는 것은 재물을 탐하여 뇌물을 받는다든지, 남의 재물을 탐하여 빼앗는다든지, 손으로 행할 수 있는 온갖 폭력으로 남에게 해를 끼치고 그 생명을 해하여 그 손에 피를 묻힌다든지 하는 일이 전혀없는 사람을 뜻하는 것입니다. 손이 더러워지는 자는 주로 그런 일을 행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다시 말해서 권력을 가진 자들, 혹은 재력을 가진 자들이거나 그런 사람들에게 등용된 지식인들이야말로 손이 더러워질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요즈음 계속되는 사정의 회오리 바람 속에 속속 들어나는 부정들을 보면서 권력을 가진 자리가 얼마나 손이 더러워질 수 있는 자리인가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그 부정들이 다 들어나지 않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과거 권력자들이 손이 얼마나 부정했으며 그 부정은 권력이 절대화 될수록 그 심도를 더해 왔다는 사실을우리는 지금 알게 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 더러운 손은 뇌물을 받는 일로만 더러워진 것이 아니라, 더러운 돈이 오고 간만큼 더러운 사건들이 일어나 많은 죄 없는 사람들에게 억울함과 치명적인 타격을 준 것입니다. 과거 군사 정권 하에서 이 더러운 손에는 수 많은 사람들의 피가 묻어 있습니다. 광주의 민주화를 부르짖는 시민들을 무차별하게 학살한 피를 비롯하여 억울하게 끌려가 고난당하며 죽임을 당한 수 많은 사람들의 피가 저들의 손에 묻어 있는 것입니다. 이 더러운 손들이야말로 하나님의 심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손들입니다. 하나님의 심판은 사람들의 사정의 손에 의하여 처벌되기도 하고, 때로는 지금은 숨겨져 있지만, 언제가는 반드시 하나님의 심판을 면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런 역사의 변화 속에서 해위 선생님을 추모하게 될 때 그의 손이 얼마나 깨끗하였는가를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선생님은 누구에게 뇌물을 받아본 적이 없을뿐 아니라, 누구를 괴롭게 한 일도 없었습니다. 이승만 정권에서 서울시장도 지나시고, 상공부 장관도 지나셨지만, 그래서 이대통령의 뜻에 고분 고분 따르기만 했다면, 얼마든지 그의 손에 재물이나 권력이 들어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분은 그의 손을 더럽히지 않았습니다.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선생님은 억압받는 민중의 편에 서서 투쟁하시며 고난 당하셨기에 그분의 손은 더욱 깨끗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회고록에 보면, 그분의 깨끗한 손을 상징하는 일화가 있습니다. 1949년 초 원치 않는 서울시장으로 강제로 임명받으신 후 제일 먼저 하신 일이 시를 청소하는 일이었습니다. 큰 이권이 개입된 청소업자들에게서 그 청소권을 모두 회수하여 시직영으로 한 후, 각 구청단위로 직원들을 동원하여 대대적인 쓰레기 반출작업을 벌리셨다고 합니다. 친히 현장에 나가 감독하고 확인하여서 며칠만에 복마전이라고 불리웠던 서울시를 말끔하게 청소를 하셨다고 합니다. 그때 선생님에게 붙여진 별명이 "청소시장"이었다고 합니다. 청소문제 외에도 복마전이라는 악명을 씻기 위해 능률적인 행정을 펴가도록 독려하셨고, 민원서류의 속결을 철저히 이행하라고 지시하셨던 것입니다. 신생활운동을 전개하는 방안을 구상하시다가 6개월의 짧은 임기로 시장을 끝내시는 바람에 실현하지 못하시어 못내 아쉬어 하셨다고 하였습니다. 더러운 쓰레기를 청소하고, 복마전이었던 서울시 행정을 정화하신 당시의 일화는 어쩌면 그의 생애를 상징적으로 잘 나타낸 것이라고 봅니다.  "청소시장"이란 별명은 정말 멋진 것이며, 그의 손이 얼마나 깨끗했는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별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지금 정부가 바로 이 청소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것을 해위 선생님은 지켜 보시면서 빙그레 미소를 지으실 것입니다. 선생님은 오늘의 역사를 지켜보시면서 "내가 복마전이던 서울시를 말끔히 청소하였던 것처럼 당신은 이 나라를 깨끗히 청소하는 대통령이 되시오. 그래서 '청소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받으시오"라고 지금 대통령에게 당부하시리라 생각됩니다.

  

  깨끗한 마음을 가진 자

  다음으로, 거룩한 하나님의 전에 올라갈 자는 깨끗한 마음을 가진 자라고 하였습니다. 시편 73편 1절 이하에 보면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마음이 정직한 사람과 마음이 정결한 사람에게

  선을 베푸시는 분이건만,

  나는 그 확신을 잃고 넘어질 뻔했구나.

  그 믿음을 버리고 미끄러질 뻔했구나.

  그것은, 내가 거만한 자를 시샘하고,

  악인들이 누리는 평안을 부러워했기 때문이다.(시 73:1-3)

 

  이 말씀에서 마음이 청결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들어납니다. 악인들이 누리는 평안같은 것은 전혀 거들떠 보지도 않는 그런 마음입니다. 시편 74편 기자는 악인의 번영에 고민했습니다. "입으로는 하늘을 비방하고 혀로는 땅을 휩쓸고 다니는" 악인들이 활개를 치는 것을 보고 그는 몹시도 당황해 하였던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활개를 칠 수 있는 세상이라면 내가 깨끗한 마음으로 살아온 것이 무슨 소용인가 라고 고민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마침내 하나님의 성소에 올라갔을 때 깨달았습니다.

  

  주께서 그들을 미끄러운 곳에 세우시며,

  거기에서 넘어져서 멸망에 이르게 하십니다.

  그들이 갑자기 놀라운 일을 당하고,

  공포에 떨면서 자취를 감추며, 마침내 끝장을 맞이합니다.

  아침이 되어서 일어나면 악몽이 다 사라져 없어지듯이,

  주님, 주께서 깨어나실 때에,

  그들은 한낱 꿈처럼, 자취도 없이 사라집니다.(시 73:18-20)

 

  오늘 우리는 하나님의 성소인 우리의 역사의 현장에서 바로 우리로 번민케 하던 악인들이 끝장을 맞이하는 것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기고만장 하던 별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을 보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우리를 역사의 현장에서 교육하시는 하나님 앞에서 마음을 비우고 깨끗이 살겠다고 다짐하여야 하겠습니다.

  해위 선생님은 권모술수를 쓰거나, 총칼을 앞세운 권력자들을 부러워 하시면서 그들과 동조하시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그분의 마음이 깨끗하였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승만 대통령과 결별한 것도 국민방위군 사건을 목격한 일과 그후 일어난 52년 5월의 정치파동을 보고서는 대한적십자사 총재직을 그만두시고 야당정치인으로 출발하시게 되면서입니다.

  그분의 회고록 "외로운 선택의 나날" 대부분이 군사정권과 그분이 어떻게 투쟁하셨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분의 행적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들이 있습니다만, 여기서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사심 없이, 욕심 없이 바르게 하려고 하셨다는 사실, 그분의 마음이 청결하여 결코 불의를 용납하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산상설교 팔복 말씀에 "마음이 깨끗한 사람이 복이 있다.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이라"고 하였는데, 깨끗한 마음을 가지셨던 해위 선생님은 부활의 날에 한점 부끄러움 없이 하나님을 뵈옵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고인이 가신지 3년이 된 오늘  우리는 다시 한번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부끄러운 마음으로 고인을 추모해야 하겠습니다.  점점 더 거대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부각되어 오는 그분의 중후한 삶의 모습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그분이 우리에게 주시는 교훈들을 되새겨 오늘의 정치를 개혁하고 이 사회를 변혁시켜나가야 하겠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손이 깨끗한 사람, 마음이 청결한 사람이 필요로 한 때입니다.  요즈음 사람을 쓸려해도 사람이 없다는 말을 듣습니다. 손이 깨끗한 사람인줄 알고 장관을 시켰더니 그렇지 못하고, 마음이 청결한 사람인 줄 알고 요직에 앉혔더니 이미 때가 묻은 자임을 발견하고는 실망을 하게 되는 때입니다. 이런 때에 우리는 고인의 고결하였던 삶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훌륭한 분이 우리 교회에서 배출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정말 자랑스럽게 생각을 합니다.  그분이 대통령이셨기 때문에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진정한 신앙인이셨기 때문이요, 참으로 진실되게 생활하신 분이셨기 때문입니다.  이런 훌륭한 어른을 우리에게 허락하신 하나님께 진정으로 우리는 감사를 드려야 하겠습니다.  그분이 우리의 자랑스러운 아버지시요, 우리의 교우이며, 우리의 이웃이며, 우리의 지도자이셨음을 하나님께 감사 드립시다.

  이제 고인께서는 저 거룩한 산에 우뚝 올라서서 하나님의 빛나는 영광 앞에 나가 의의 면류관을 받으실 것입니다. "잘 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 칭찬을 받으실 것입니다.  하나님의 무한하신 위로가 유족들과 그분을 사랑하던 모든 분들 가운데 충만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