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택선 장로 영결식 설교>

 

하나님이 정하신 걸음을 따라

  시      편  37:23-31

 

읽어 드린 시편 말씀에 보면 "여호와께서 사람의 걸음을 정하시고 그의 길을 기뻐하시나니 그는 넘어지나 아주 엎드러지지 아니함은 여호와께서 그의 손으로 붙드심이로다"(23절)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말씀 이하에 보면 하나님께서 정하신 길이란 의인의 길임을 곧 알 수 있습니다. 28절에서 여호와께서 공의를 사랑하시고 그 성도를 버리지 아니하신다고 하였고, 30절에서 "의인의 입은 지혜를 말하고 그 혀는 공의를 이르며 그 마음에는 하나님의 법이 있으니 그 걸음에 실족함이 없으리로다"라고 하였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정해주시는 길은 공의로운 길이요, 하나님의 법을 따른 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생의 목표를 세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성공자의 삶에 둘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하나님이 정해주신 의의 길을 향해 갈 것인가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각자에게는 하나님의 부르심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정해 놓으신 의의 길로 부르심입니다. 예언자만이 부르심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목사만이 부르심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에게 부르심이 있는 것입니다. 그 부르심에 올바로 응답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생의 목표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부르셔서 인도하시는 생애는 우리가 생각하고 목표했던 생애와는 전혀 다른 길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그 부르심과 인도를 좇아 살아갈 때 하나님께서 그 길을 기뻐하시며 그를 통하여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역사를 이루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정하신 인생의 길은 의의 길이지만 고난의 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것은 좁은 길입니다. 이 세상에서는 별로 영광을 받지 못하는 고난의 길입니다. 이 세상의 가치관으로 볼 때는 별로 성공하지 못하는 길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생애를 하나님의 손에 맡길 때 하나님은 우리를 의롭게 하시고 영화롭게 하셔서 마침내 그리스도의 형상을 본받은 자 되어 그리스도와 더불어 영광의 보좌에 앉게 하십니다

하나님이 정하여 주신 길이 비록 고난의 길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하나님이 보장하시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시편 말씀에 "그 성도를 버리지 아니하시고, 저희는 영영히 보호를 받는다"고 하였습니다. "악인이 의인을 엿보아 살해할 기회를 찾으나 하나님은 저를 그 손에 버려 두지 아니하신다"고 하였습니다. 하나님이 보호하시고 지켜 주시는 생애이므로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삶입니다. 하나님이 정해주신 그 길을 걸어가는 자야말로 진정 복있는 자인 것입니다.

또한 하나님이 정해주신 길을 걸을 때 하나님이 우리의 삶을 책임지셔서 필요한 것을 채워주시는 것입니다. 읽어 드린 시편 말씀에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내가 어려서부터 늙기까지 의인이 버림을 당하거나 그 자손이 걸식함을 보지 못하였도다. 저는 종일토록 은혜를 베풀고 꾸어주니 그 자손이 복을 받는도다."

하나님이 정해주신 길을 걷는 자는 부자가 되지는 않을는지는 몰라도 결코 주리지는 않을 뿐 아니라 항상 은혜를 베푸는 자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많아 가졌어도 남에게 베풀 줄 모르는 사람은 진정한 부자가 아닙니다. 남에게 항상 베푸는 자야말로 진정한 부자입니다. 의인들, 온유한 자들이 땅을 차지한다고 하였습니다. 하나님이 정해주신 의의 길을 충실하게 걷는 자들이 마침내 땅에 편만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장례 하는 윤택선 장로님은 일찍 하나님의 부르심을 듣고 주님께 헌신하신 분입니다. 장로님은 30세에 장로가 되시어 40년간 장로로 교회를 받들어 섬기셨습니다. 윤장로님은 9남매 중 유일하게 장로가 되신 분으로 선친이신 윤치소 장로님의 뒤를 이어 안동교회를 섬기셨고, 고혈압으로 병 치료차 시골에 내려가 요양하실 때도 둔전교회를 개척하여 잠시도 그대로 계시지 않았던 것입니다. 장로님은 하나님이 정해주신 걸음을 따라 장로로서 충실하게 그 길을 걸으셨던 것입니다. 하나님이 그 길을 기뻐하셨고, 그의 병도 고쳐주셨으며, 그에게 평안한 말년의 삶을 허락하여 주셨던 것입니다. 장로님은 선친의 신앙을 충실하게 이어 받았고, 또 그 신앙을 7남매 자녀들에게 물려 주셨습니다. 그중 큰아드님은 지금 미국서 목회를 하는 목사가 되셨고, 모든 자녀들의 가정이 다 신앙 가운데서 하나님의 뜻을 받드는 귀한 가정이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의인의 자손들에게 복을 주시어 번성하게 하신다는 말씀대로 윤장로님에게 은혜를 주신 것입니다. 장로님은 선친의 신앙을 이어 받아 자손들에게 물려준 신앙 전통의 계승자로 하나님이 정하신 길을 충실하게 걸었던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장로님은 충성된 봉사자이셨습니다. 젊어서 장로가 된 후 시대적인 어려움과 교회적인 문제 등이 많았지만 그는 언제나 기쁨으로 교회를 봉사한 봉사자였습니다. 특히 교회가 어려웠을 때 혼자서 그 모든 어려움들을 감당하셨고, 어려운 일들이 있을 때마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해결사로 부름을 받아서 수고하셨던 것입니다. 이런 모든 일들은 그에게 무거운 짐이었고 힘든 일이었지만, 장로님은 사양치 않고 기쁨으로 그 짐을 지셨던 것입니다. 장로님은 이로 인하여 때로 오해도 받으셨지만 굳이 변명하시지 않았고, 그 마음속에 간직한 하나님의 법을 따라 묵묵히 자기의 길을 걸으셨던 것입니다.

교회 일에서 완전히 은퇴하신 후부터는 대체로 조용히 침묵하시면서 그 여생을 보내셨습니다. 누가 무어라 하면 빙그레 웃으시기만 하였고, 주로 듣기만 하셨습니다. 그런 장로님의 모습을 뵈올 때 일종의 우울증처럼 보이기도 하였지만, 어쩌면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묵묵히 그 여생을 홀로 정리하시고 하나님 나라를 준비하시기 위하여 그렇게 하신 것 같습니다.

재작년(96. 5. 30)에 부인이신 이기화 권사님이 세상을 떠나신 후에도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늘 찬송 부르고 기도하는 생활을 계속하시면서 깨끗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교회에 출석하시곤 하셨던 것입니다. 장로님의 말년의 모습은 환하게 빛나는 모습이었고 늘 감사에 넘친 얼굴이었습니다. 마치 수도원에서 오래 동안 침묵하면서 수도의 생활을 한 수도승처럼 모든 것을 달관한 듯한 모습이었고, 언제 어느 때 하나님께 부름 받아도 아무 두려움이 없는 것 같은 자신에 찬 모습이셨습니다.

지난주일 오후, 편찮으시다는 말씀을 듣고 찾아가 뵈었을 때는 숨이 가빠하시면서 괴로워하실 때였습니다. 목사가 온 것을 알아보시고 반가워하시는 모습이었고, 장로님이 좋아하시는 찬송 502장을 부를 때는 숨찬 가운데서도 따라서 부르셨습니다. 물론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입술은 계속 찬송을 부르시느라 움직이셨습니다. 기도를 드리고 나니 참으로 만족하신 얼굴로 감사하다고 제 손을 잡고 웃으셨습니다. 그 길로 병원에 입원하셨고, 새벽 1시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렇게 빨리 가실 줄 몰랐는데, 장로님은 이미 마지막 시간이 다가온 것을 아시고 그 시간 온 힘을 다하여 찬송을 하시고 예배를 드리심으로 이 세상에 대하여 작별을 고하신 것입니다. 이제는 모든 준비가 다 끝났다고 결정하시면서 바로 세상을 떠나신 것 같습니다. 조금도 이 세상에 대한 미련 없이 하늘 나라를 향하여 떠나가신 것입니다.

제가 20여년 목회를 하면서 많은 죽음을 보았지만 장로님과 같이 그렇게 준비된 모습으로 떠나시는 분을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나도 이 다음에 장로님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 세상을 하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장로님을 사랑하셨고, 그의 길을 정하셔서 그 길로 그를 인도하셨으며, 그를 붙들어 주셨기에, 장로님은 그런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하면서 이 세상에 대한 모든 욕심을 다 버리고 마음을 비우셨던 것입니다.  그 빈 마음에 하늘의 평화가 깃들였고, 의인이 받는 모든 복을 받으신 것입니다. 장로님은 가난한 심령으로 하늘 나라를 바라보시므로 그 나라의 시민으로 영접되어 올라가신 것입니다.

장로님은 이제 의인의 반열에 서셔서 영광의 보좌 앞에 나아가 전능하신 하나님의 영광을 소리 높이 찬송할 그 날을 기다리며 편히 쉬실 것입니다. 주님 다시 오시는 날 영광스러운 부활로 일어나 모든 흰옷 입은 의인들과 더불어 하나님의 보좌 앞에 나아가 칭찬과 존귀와 영광을 받으실 것입니다. 하나님이 정하여 주신 걸음을 끝까지 걸으며 아름답게 그 삶을 마치신 장로님의 그 모습이 유족들과 모든 성도들에게 기리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이제 우리도 어리석게 이 땅의 욕심에 이끌려 다투며 추하게 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정하신 길을 성실하게 따라 걸으며 그 말씀을 좇아 의의 삶을 이루어가야 하겠습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그 길을 기뻐하시면서 우리의 손을 잡아 인도하여 넘어지지 않게 하시며 우리의 자손들에게 복을 주시고 그 이름이 후세에 아름답게 전하여지고, 하늘 나라 생명록에 기록될 것입니다.

유족들에게 하나님의 무한하신 위로가 함께 하시기를 바라며, 아름다운 삶을 이루신 장로님의 뜻을 받들어 더욱 훌륭한 신앙의 전통을 세워 가시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